의과대학비상대책위원회
2026-06-06 · 조회 0
민주주의의 심장이 멈춘 날,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심장이 멈춘 날,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지난 6월 3일, 국민은 투표소를 찾았다. 그러나 국민의 한 표를 받아야 할 투표용지는 그 자리에 없었다. 국민은 기다려야 했고, 돌아서야 했으며, 끝내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지 못했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한 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자가 국가와 사회에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가장 평등한 권리이며,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가장 작은 단위이자 심장이다. 그렇기에 참정권은 어떠한 이유로도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선거는 모든 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그러한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이후 밝혀진 사실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행정 착오나 예측 실패로만 볼 수 없게 한다. 충분한 투표용지가 준비되어 있었음에도 적절히 배분되지 못하였고, 현장의 우려가 제기되었음에도 대응은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선거 관리 체계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결과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흔든 사건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가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고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일임을 인정하였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사과와 사퇴만으로 침해된 권리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사퇴는 책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문제가 결국 참정권 침해로 이어졌는가? 왜 선거 관리 체계가 국민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호하지 못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
자유와 정의, 진리를 말해온 고려대학교의 학생으로서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우리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고 민주주의의 신뢰가 흔들린 현실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이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의 발생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라.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다시는 국민의 참정권이 행정적 실패로 침해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여야를 비롯한 모든 정치세력은 이번 사태를 정치적 유불리의 문제로 접근하지 말고, 국민의 참정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책임 있는 논의와 제도 개선에 나서라.
민주주의는 선거가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한 표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다는 믿음 위에서만 민주주의는 유지된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사과와 사퇴만으로 봉합되는 것을 경계한다. 책임은 직위를 내려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며, 진실을 밝히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서 완성된다.
호혈의대(虎血醫大)의 이름으로 우리는 침해된 참정권의 무게를 기억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다시 세워질 때까지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2026년 6월 6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이 성명서는 고려대학교 · 본교 아카이브에 수집·검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