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
2026-06-08 게재 · 조회 0
이 학교가 무엇을 위해 세워졌는지, 우리는 잊지 않았다
이 학교가 무엇을 위해 세워졌는지, 우리는 잊지 않았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상지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 시국선언
지난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전국 50곳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고, 그중 22곳에서는 투표가 멈춰 섰다.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은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헌법이 보장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 주권자가 주권자임을 증명하는 단 하나의 행위가, 종이 한 장이 모자랐다는 이유로 가로막힌 것이다.
우리는 이 사태를 단순한 행정 착오로 보지 않는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폐기 과정의 낭비와 보관 중 탈취 위험 등을 이유로 지역별 선거인 수의 50% 기준만 충족하면 되도록 투표용지를 준비했다고 해명했다. 이 해명이야말로 사태의 본질을 드러낸다. 시민의 권리를 비용으로 환산하고, 효율의 이름으로 절반만 준비해도 괜찮다고 판단한 그 사고방식, 권리를 행정의 부담으로 여기는 그 시선이, 한 사람의 주권을 종이 한 장의 무게로 떨어뜨린 것이다.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것은 종이가 모자랐기 때문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 상지대학교는 민주공영대학이다. 이 이름은 표어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딛고 서 있는지를 가리키는 좌표다. 우리 학교는 한때 사유물로 전락해 그 구성원들의 권리가 한 사람의 사익 아래 짓밟혔던 시절을 교내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되찾아낸 역사 위에 서 있다. 빼앗긴 권리를 되찾아본 공동체는 안다. 권리란 거저 주어지지 않으며, 그것을 지키려는 의지가 사라지는 순간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바로 권리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권리가 비용과 효율의 이름으로 가볍게 다뤄지는 광경 앞에서, 우리는 결코 무심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극복해낸 바로 그 병폐의 또 다른 얼굴이기 때문이다.
투표권은 그저 하나의 권리가 아니다. 그것은 다른 모든 자유를 지켜내는 권리다. 표현의 자유도, 양심의 자유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모든 자유권도, 그것을 짓밟으려는 권력에 맞서 시민이 스스로를 방어할 최후의 수단은 결국 한 표다. 그 한 표가 막히는 순간, 우리가 가진 모든 자유는 지켜낼 방법을 잃는다. 그렇기에 참정권을 빼앗는 일은 단지 하나의 권리를 침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자유를 스스로 지킬 힘을 통째로 박탈하는 일이며, 그 끝에는 어떤 자유권도 안전하지 못한 세상이 기다린다. 오늘 침묵한다면, 다음에 멈춰 선 투표함 앞에 설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일 것이다. 권리가 한번 가벼이 다뤄지기 시작하면, 그 가벼움은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에 상지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의 전말을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하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
하나, 투표권을 침해당한 모든 유권자의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해당 투표소에 대한 재투표 등 책임 있는 구제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
하나, 투표용지 준비 기준을 비용과 효율이 아닌 시민의 참정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 위에 다시 세우라.
우리는 지켜볼 것이다. 한 표의 권리가 다시는 종이 한 장에 막히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우리가 선 자리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6년 6월 8일
민족 상지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
이 성명서는 상지대학교 · 본교 아카이브에 수집·검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