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물리학과 학생 일동
2026-06-09 게재 · 조회 0
주권이 부정당한 자리,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 지성은 침묵하지 않는다.
주권이 부정당한 자리,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 지성은
침묵하지 않는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이 초래한 주권 침해 사태에 대한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성명문-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학생회칙 전문은 "자유롭고 창조적인 진리 탐구는 대학의 본질이며 침해할 수 없는 권리"임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대학은 결코 "기능인을 양성해 내는 지식공장에 머물러 있을 수 없으며, 민족과 민중의 운명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지성인"이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26년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과 주권자의 권리가 국가 기관의 안일함과 무능으로 처참히 침해당하는 사태를 목도했다.
전국의 수많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사태'는 단순히 현장의 행정 착오나 혼선으로 치부될 수 없다.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장시간 대기하던 국민,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유권자들의 절망은, 헌법과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뒤흔든 중대한 오작동이다. 가장 공정하고 정밀하게 관리되어야 할 선거 행정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태만으로 파행에 이른 것에 대해 우리는 깊은 분노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우리 물리학과 회칙 제5조 2항은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본회의 회원은 회원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있을 시에는 정당한 권리를 가지며 본회를 수호할 의무를 가진다." 주권자인 국민의 한 표가 가로막히고 가장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신뢰를 잃은 지금의 현실은 우리 구성원에 대한 명백한 부당한 침해이다. 따라서 이 불의 앞에 저항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우리 학도들의 정당한 권리이자 지성인으로서 의무이다.
역사적으로 대학생은 사회의 거대한 모순과 불의 앞에서도 안락만을 도모하며 수동적으로 침묵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지난 역사의 학생혁명과 독재 정권에 맞선 불굴의 항거 속에서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어 온 것은 언제나 능동적인 청년 지성들의 외침이었다. 현실과 타협하며 침묵하는 청년은 사회의 부패를 방조할 뿐이다. 불의를 목격했을 때 분노하고, 잘못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능동적으로 맞서는 것이야말로 대학생에게 부여된 가장 올바른 사회적 책무이자 청년 지성의 본질이다.
이에 경희대학교 이과대학 물리학과 학생사회는 뜻을 잃은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진리의 사회적 실천에 앞장서라는 대학의 정신을 받들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실책을 공식 인정하고, 투표권을 침해받은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약속하라.
하나. 선거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유권자를 기만한 총체적 부실 관리의 책임을 지고, 시민들의 투표권을 박탈한 선관위장을 비롯한 고위 책임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라.
하나. 행정 편의주의적 관행을 과감히 타파하고, 모든 국민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
자연 현상의 거대한 진리를 탐구하는 우리가, 인간이 만든 사회적 불의 앞에 무릎 꿇고 순응할 리 없다. 침묵하는 방관자가 되기를 거부하며,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학생사회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바로 서는 그날까지 깨어있는 지성으로 행동할 것이다.
2026년 6월 9일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학생 일동
이 성명서는 경희대학교 · 서울캠퍼스 아카이브에 수집·검수되었습니다.